“쌀밥 한 그릇
천개의 집
만리도 마다하지 않고 누비노라.
푸른 눈은 현자를 별로 보지 못하고
저 위 푸른 구름에 길을 묻노라.”
“쌀밥 한 그릇”
그의 밥그릇은 아주 작지만
모든 집의 음식을 얻어먹었다는 뜻이예요.
자기 집에서 나온 음식으로 한 그릇 먹는 사람보다
부자라는 거지요.
“천개의 집”
그는 수천 가정에서 음식을 얻어먹었습니다.
그만큼 근심걱정이 없다는 뜻이었어요.
돈이 많은 거지요.
모든 집이 다 그의 것이니까요.
그게 수행이지요.
비어있고 유유자적한거요.
“만리도 마다하지 않고 누비노라”
이것은 그가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뜻이예요.
또한 그가 육신으로 여행한다는게 아니라
그가 무소부재하다는 뜻인 거지요.
그가 나타날 수 없는 시간이나 공간은 없었습니다.
“푸른 눈은 현자를 별로 보지 못하고”
이는 이 세상에서는 현자를 만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.
‘푸른 눈’은 자신고 잘 맞는 사람을 만난다는 뜻이에요.
그래서 그 스님은 자신의 푸른 눈은 어떤 현자도
만나보지 못했다고 한 거예요.
많은 사람들 중에서 현자를 본 적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.
그의 눈이 푸르게 변할 일이 없었다는 거예요.
비슷한 영혼이나 수행자를 만난 적이 없다는 뜻이지요.
그가 그렇게 많은 곳을 다녀봤지만
현자를 만난 적은 별로 없었던 겁니다.
이 세상은 그래요.
“저 위 푸른 구름에 길을 묻노라”
현자를 찾지 못해서
종종 구름과 바람과 말을 했다는 뜻입니다.
사람들과 말하면 아주 답답했으니까요.
현자가 없으니까 애기하기가 어려웠지요.
그래서 길을 잃거나 물어볼 게 있으면
그냥 하늘과 땅에 대고 물었던 겁니다.
그는 내면에 질문했지요.
아니면 구름과 바람을 벗 삼았을 겁니다.
세속 사람들과는 사귀고 싶지 않았습니다.
그 어떤 현자도 찾을 수 없었으니까요.
– 포대화상 –
DVD 982